미역국 / 정두리

바다를 어미로 두고 온뻣뻣한 미역 가닥은바닷물이 아니어도 물기를 받으면길항없이 몸을 허문다순하고 부드럽기 이를 데 없다참기름에 덕어 보글보글 미역국 끓인다집 안 가득 미역 내음이 뜬다이것을 먹고 마시면청정지역의 숨길로맑게 걸러지는가,더께를 벗고 본래대로 되어지는가?자궁을 열어 어미가 되고가슴을 풀어 자식에게 젖을 물리는젊은 어미를 위해초로의 어미는 미역굴을 끓인다바다보다 깊어진 미역국 한 그릇행여 손가락이 빠질까 공손하게 받든다

2022-11-10 76 시항아리

그땐 몰랐습니다 / 전민정

고난의 눈물저 끄트머리에당신이 있음을 몰랐습니다짓밟고 가버린내 아픈 가슴 그 허술한 자리에보이지 않게당신이 있음을 몰랐습니다아픔이었던 숨결그 선혈의 피가꽃으로 피어날 때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죽어야 다시 사는 진리를나 이제야 알았습니다

2022-09-30 123 시항아리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게 저 혼자 둥글어 질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

2022-09-15 89 시항아리

자국 / 김태실

빗물이 돌확 가슴에 그리는 나이테고여 있는 시간마큼 짙고 엷게햇볕의 무게이 따라젖고 마르기를 반복한다솓아지는 소나기 받고불잎 아침이슬 몇 방울 보태가득 찼다마가렛 꽃 한 송이 그림으로 앉혀푸른 하늘들인 넓은 가슴엄지손톱만한 개구리 뛰어들어새처럼 난다물 주름이 돌 속을 파고든다햇살 손잡고 떠난 물의 혼한 줄 두 줄 새겨진 자국비어있어 더 선명한그대 사랑

2022-08-10 99 시항아리

마음의 등불 / 김용구

등불 작아도 빛 방안 가득히창 넘어 빛 넘치게밤길 가는 나그네에게 희망을슬픔 고통 두려움 절망태양빛 환한 전등 빛으로 치유할 수 없는 어두움어두움 물리치려고 마음의 등불 밝힙니다눈으로 볼 수 없는 마음의 등불그 빛마음 한구석 자리 잡고 있다가어둠 다가오면 빛을슬픔에 위로 고통 이겨낼 수 있는 의지두려움에 용기 주고절망에 희망 주는마음의 등불

2022-06-08 139 시항아리

내가 너를 / 나태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 하는지너는 몰라도 된다너를 좋아 하는 마음은오로지 나의 것이요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차고 넘치니까나는 이제 너 없어도너를 좋아 할 수 있다

2022-04-24 271 시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