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 / 정두리

꽃보다 아름다운 건 없다모두 꺾으려고 하지 않는가예쁘다, 꽃 같다 그러잖는가?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지만꽃보다 고운 사람향기로운 사람아직 만나지 못했다'저 아이가 우니까내 마음이 슬퍼져요'불치병으로 아픈 아이텔레비전으로 보면서지승이 주완이가 운다'어린이 집' 다니는동네 이이들이다무엇인가가슴을 퉁~하며 친다가까이 살면서 니들이 꽃인 줄몰라보았다벌써 내 눈이 구실을 못하는구나아니다, 그 눈 버리고새 눈이 열리는 구나

2021-02-23 126 시항아리

초겨울 꽃밭 / 권순영

화려한 시선 접고돌아갈 채비 차리는은퇴자의 뒷모습성성한 백발 나부껴서걱대는 마른 발자국에도아직 사랑의 온기 남아아쉬운 눈물 훔치는그대 꽃 지는 자리낙엽 한 줌 밟으며서늘한 햇살 보내고새싹 쑥쑥 모여드는훈훈한 봄 기다리는가

2021-01-07 181 시항아리

미완성 수채화 / 전민경

하늘 너머 시리도록 바라보는 것은내 속에당신을 품었기 때문입니다내 머무는 시선 끝마다 서 계신 당신청보랏빛 수채화 한 점그려 넣고 싶으나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다만 얼룩으로 남지 않을까스러지는 시간의 끝을잡고열매로 익어 가겠노라 다짐 했지만서리 묻은 머리카락만 쓸어 올립니다멈출 수 없는 내 사랑당신은 내게 말합니다미완성 수채화는 이미보랏빛 꽃으로 그려졌노라고이젠 네가 그 꽃을 피워내야 한다고

2020-11-29 135 시항아리

한 지붕 아래서 / 임금희

틈을 좋아한다별거 아닌 틈이 소중할 때가 있다깊은 밤간간이 아기 새 울음소리를 들으며어느 아침머리를 내민 두 마리의 아기 새를 보았다처마 끝 기와가 약간 들린 곳그 안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살며시 지켜보니어미 새는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고새끼들은 기와 끝으로 주둥이를 내밀어 받아먹고 있다작은 틈을 둥지로 쓰고 있는 어미 새가 대견하다한 지붕 아래 새의 가족과같은 공간을 사용하며 사는 것이 흐믓하다가끔은 그렇게 듬을 내어주면온기어린 누군가 비집고 들어온다

2020-11-01 136 시항아리

들 꽃 / 이희자

들길 걷다가 꽃을 보면그 남루 정겨워걸음 멈춘다누구라도 반기는소박한 정어머니 모습이다항상 열려 있는 맘나누고 베풀던어머니는 가난했다때로 세상일 애틋하여돌아서 흘린 눈물빈 들녘을 적셨다방울방울눈물 떨어진 자리얼룩졌다. 꽃이 되었다

2020-10-02 100 시항아리

하늘 / 조한나

커다란 두 팔로우주를 감싸 안으신 당신근심스런 눈물망울로세상을 내려보다가눈물방울 떨구기도 하시네여느 때는얌전하다가휴일이면 투정을 부리시고팔짱을 낀 채보고만 계신 줄 알았는데높은 데서 낮은 것도 들으시네

2020-09-16 72 시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