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대화

날이 선선하면 앞집의 모녀가 마당에 나와 계십니다.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딸의 대화는 잘 들리지 않는할머니 때문에 귀에 쏙쏙 들어와 꽂힙니다.대화의 80%는 모녀간의 다툼입니다.밥을 달라는 할머니와 방금 드시지 않았느냐는 딸의 다툼은너만 맛있는 거 먹고 왔냐는 할머니의 의심에그러지 않았다는 해명으로 이어집니다.남의 집 고추를 따야 한다는 할머니를 만류하는 딸의 목소리에는간병인의 고단한 일상이 묻어 있습니다.그러나 딸은 대화의 내용을 빠르게 바꾸어 냅니다.“엄마, 나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사준 가방 기억나?”“그럼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몇 달을 모아서 산 거야.”조금 전 일도 기억 못 하시는 할머니께서수십 년 전 일을 기억하십니다.그리고 그 이야기로 딸과 달콤한 대화가 이어집니다.기억이 사라지는 병을 겪고 계시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나 봅니다.그래서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 것 같습니다.사랑할수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류 완 / 사랑의 편지 편집장

2022-08-05 51 사랑의 편지

사랑의 절정은

한 젊은 변호사가 있었습니다.그는 출세하여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신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시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누리시기도 전에암으로 생을 마감하시게 되었습니다.어머니는 병상에서 아들에게 말했습니다.“나는 더 바랄 것 없단다. 지금 너의 모습으로 이미 다 받았어,그러니 이제 받은 사랑을 베풀며 살아다오.”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고, 세월이 흘렀습니다.오랜만에 만난 변호사 아들은 그리 여유롭게 살고 있지 못했습니다.어머니의 뜻을 따라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다 보니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건에서 등을 돌리지 못했습니다.그러나, 이전보다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합니다.그리고 사랑의 절정은 ‘나눔’입니다.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그럼에도 나눔은 사랑을 드러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더불어, 우리에게 사랑을 주신 분을 가장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여러분의 발아래에서부터 아름다움이 퍼져가도록사랑을 나누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임성호 목사 / 은혜의 뜰 서북교회

2022-07-29 98 사랑의 편지

감정을 녹이다

아이스 커피를 마시다 얼음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렸습니다.얼음의 차가운 기운은 손바닥을 시리게 하고감각도 사라지게 만듭니다.그러나 나의 체온으로 인해, 얼음은 곧 녹아내리고시린 고통도 조금씩 줄어들면서 오래지 않아원래의 감각으로 돌아옵니다.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는 감정도 얼음과 비슷합니다.분노와 짜증은 너무나 강한 차가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순식간에 마음과 이성의 감각을 마비시킵니다.하지만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두면생각보다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옵니다.아무리 단단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감정이라도녹아내리지 않는 감정은 없습니다.우리는 모두 따뜻한 체온을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허동현 / 초등교사, 브런치 작가

2022-07-22 107 사랑의 편지

목표를 위하여

성공의 방법을 묻는 지인에게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 25개를 적어 보게.그중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5개에 동그라미를 그리게나.그리고 5개가 이루어질 때까지 나머지는 쳐다보지도 말게.나머지 20개가 5개를 이루는 데 방해가 될 테니까.”생각해보면 투자하지 않는 인생은 없습니다.자본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시간을 활용해취미 활동이나 공부를 하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아갑니다.이 모든 것들이 삶을 투자하는 각자의 방식입니다.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루며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정말 원하는 몇 가지를 제외한다면 다른 사소한 욕망은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에 시선을 모으세요.그리고 집중을 방해하는사소한 욕망은 떼어내십시오.많은 성공이 인생의 가치를 나누지 않습니다.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도충분히 멋진 인생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류 완 / 사랑의 편지 편집장

2022-07-15 155 사랑의 편지

엄마의 이름

엄마는 3남매의 집 모두 불편하다 하시며 시골로 내려오셨습니다.동네 사람들이 자꾸 물건을 가져간다며 의심하시는 바람에찾아오는 이웃의 발길도 끊겼습니다.치매 증세가 심해지시는 엄마를 혼자 계시게 할 수 없었습니다.평상시에는 말도 못 꺼내게 하시던 병원이었지만당신 생각에도 어쩔 수 없는 날이 왔다고 생각하셨는지한 달만 이라는 허락을 받고 입원하셨습니다.한 달에 두 번 허락된 면회, 엄마를 뵙기 전, 필요한 물품을 여쭈었습니다.본인은 생각보다 잘 지내신다며 속옷하고 면티를 사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속옷, 양말, 면 티셔츠와 수건을 열 개씩 사와 세탁을 한 뒤붙어 있는 라벨에 엄마의 이름을 적었습니다.네임펜으로 쓰는, 서른 번이 넘는 엄마의 이름.어린 시절 고추장 비빔밥을 맛있게 만들어주시던 엄마.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시던 엄마.대학생 딸 책값을 빌리러 이웃집에 다녀오시던 엄마.날이 갈수록 머리가 하얗게 새어 지고허리가 굽어져 가던 엄마.엄마, 엄마, 엄마…….눈물을 잉크 삼아 엄마의 이름을 쓰고 또 씁니다.양금숙 / 에세이스트

2022-07-08 125 사랑의 편지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떤 분의 가슴 아픈 고백을 들었습니다.‘지금 저는 절망의 끝에 서 있습니다.가정을 세우는 일을 그만두고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주변 사람들은 나를 이용만 할 뿐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지금은 무력감과 고독함이 내 마음속으로 물밀 듯이 밀려옵니다.’가슴이 먹먹해지는 아픈 사연입니다.하지만 이런 일은 누구에게든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쓰러져 일어날 수 없을 때 나를 붙잡아 주는 사람이단 한 사람도 없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절망의 늪에 빠질 수 있을까요?한 사람이 필요합니다.한결같이 사랑으로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입니다.잘 나가고 좋을 때가 아니라춥고 아프고 외로운 시간에 나를 찾아와주는 사람입니다.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데에는 단 한 사람의 사랑이면 충분합니다.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그러나 당신 또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사랑은 받은 만큼 누구에게나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조봉희 / 지구촌교회 원로목사

2022-07-01 198 사랑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