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걸으면꽃처럼 아름다워질까비어있는 마음 한구석에꽃씨 한 알 심는다젊은 날의 눈부심이활짝 피어나고머뭇머뭇 중년이미소로 다가온다떨어져 누운 마른 꽃잎사각이는 소리도 향기롭다민들레 꽃씨들이 바람 끝을 잡고하늘로 하늘로꽃들이 속삭이는 꽃길을 걸으며꽃 같은 마음이고 싶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남편손뼉까지 치며 선창해 보이는환갑지난 아들의 재롱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앞에서기억을 찾아 주려는 아들 앞에서봄날은 길을 잃었는지뒤뚱거린다
그대 바람 되어 떠돌고나 그대 찾아 헤맬 때그래도 못 다한 인연이 남아어느 강기슭 갈대숲에서만나지거든 그땐 우리,다시는 잡은 손 놓지 말자나 백발이 된 그리움을 이고노래하는 갈대 일 때그대 연연한 바람으로 와서앙상한 내 어깨 어루만져 준다면그땐 나 외롭지 않겠네갈대 우는 밤이라도 슬프지 않겠네
'갑자기는 없다'버스에 붙은 광고문구가다가온다그랬다지나고 보니갑자기는 없었다사람들이 갑자기라 믿고 싶었을 뿐그래야 덜 억울하고핑계 삼을 수 있기에조금씩 몸을 키워어느 날 싸울 듯이불빛 앞에 드러난 갑자기를우리는 그저'갑자기'란 이름으로맞을 수밖에
아득한 침묵폐부를 휘젓는 달빛밖으로 나오려는 말목울대 안으로 밀어 넣고 가슴앓이 한다절절한 눈빛무릎 꿀고 두 손 모은다말 잔등에 찍힌 화인처럼지울 수 없는 그리움깊은 밤, 사색은성근달빛 따라 긴 여행을 한다
오늘은종소리가 크게 울리게 하소서깊은 아픔을 안고 떠나간 사람들이들을 수 있도록크게 울리게 하소서오늘은종소리가 멀리 가게 하소서먼 일터로 떠난 사람들이들을 수 있도록멀리 가게 하소서오늘은종소리가 더 맑은 소리로 울리게 하소서다른 종소리를 따라간 사람들이들을 수 있도록맑은 소리로 울리게 하소서오늘은종소리가 오래도록 울리게 하소서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이들을 수 있도록오래도록 울리게 하소서오늘은옹소리가 천 개의 언어로 울리게 하소서별과 모래와 들풀 그리고 들새들도 모두들을 수 있도록천 개의 언어로 울리게 하소서